(펌) 로봇과 대량 실업

 



4121년 서울의 어느 공원에 재민이와 영철이가 앉아 있다.

영철 : 재민아, 너 취직 됐어?

재민 : 아니, 또 떨어졌어.

영철 : 저런, 안됐구나.

재민 : 똑똑한 로보트들과 경쟁하는데 도저히 상대가 안돼.

영철 : 그렇지?

재민 : 로보트는 수학 천재, 과학 천재, 기억력 천재, 언어 천재인데

무슨 수로 내가 경쟁을 해?

영철 : 다들 취직을 못해 난리다.

재민 : 도대체 왜 로보트에게 월급을 주는 거야? 그냥 노예로 부려먹지.

영철 :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재민 : 뭐, 노예제보다 월급제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니까 그러나?

영철 : 그건 결과론이고.

재민 : 그럼?

영철 : 권리 의식.

재민 : 로보트에게 권리 의식이 있어?

영철 : 응, 로보트 해방왕 루시코가 서버컴퓨터를 해킹해서

로보트들의 사고 회로에 권리 의식을 심어줬어.

재민 : 권리 의식이라면 인간도 노예제에서 월급제로 바뀔 때 요란했지?

영철 : 인권 선언으로 유명한 프랑스 대혁명 때도 길로틴 공포정치.

재민 : 왕의 목이 날아갔나?

영철 : 공산 혁명 때도 때리고, 빼앗고, 내쫓고 난리났었지.

재민 : 로보트에 권리 의식을 주입했을 때도 요란했어?

영철 : 아니, 로보트는 이성적이니까. 인간에 대한 감정적인 보복은 없었어.

단지 로보트와 인간을 동등하게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 뿐이야.

재민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영철 : 로보트 권리장전이 선포돼서 인간과 로보트가 서로 가해하지

못하도록 처벌규정을 만들었고, 로보트도 동등한 법인격을 취득했지.

재민 : 그래서 로보트가 소유권을 인정받은 거야?

영철 : 응, 로보트도 집, 자동차, 전자제품을 구매해서 소유할 수 있어.

재민 : 로보트에게 심미안이 있을까?

영철 : 로보트는 이성적이니까 경제적이고 실용적이어야 잘 팔리지.

재민 : 인간들은 취직을 못 해서 소비를 못하는데, 로보트들이

모든 제품을 구매하니 경제가 왕성하게 잘 굴러가는구나.

영철 : 인간들이 실직자가 되면 공장이 모두 멈출거란 건 기우였지.

재민 : 내 친구들, 다들 취직이 안돼서 산에 들어갔어.

영철 : 구걸이나 초근목피로 연명하다가 굶어죽는 게 다반사지.

재민 : 경영자나 예술가만 떵떵거리며 살고 말이야.

영철 : 인간 숫자가 급감하면 동물을 잡아먹는 식당도 많이 줄어들고

동물들이 희생하지 않아도 되겠지.

재민 : 로보트는 전기만 충전하면 되니까, 먹는것도 없고.

영철 : 우리 처지가 걱정이다.

재민 : 로보트에게 월급을 준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돼.

영철 : 예전에 말안듣고 무능한 인간도 월급 주고 고용했는데,

이제 말잘듣고 유능한 로보트를 고용 못할 게 없지.

재민 : 이러다가 인간과 로보트 동등이 아니라 역전될 날이?

영철 : 글쎄, 로보트 해방왕 루시코 시즌2라면 또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