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집무실에서 야구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로이터

미국프로야구(MLB)가 전직 대통령들의 싸움판이 됐다.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 논란을 놓고 보수와 진보 양측 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이 가세해 상반된 입장을 내면서 ‘선거법 개정’이 전국적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에 불을 붙인 건 MLB의 지난 2일(현지시간) 결정이었다. MLB 사무국은 성명을 통해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7월 13일 열기로 했던 올스타전과 신인 드래프트를 취소하고 새 개최지를 다시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무국은 “모든 투표 제한 행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화당이 주정부와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조지아주는 지난달 25일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 시 신분 증명 강화, 부재자 투표 신청기한 단축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사 인용)

MLB 올스타전 개최지 놓고… 바이든-오바마 vs 트럼프 설전

올 시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장소가 바뀌게 된 것을 두고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민주 공화 양당, 주요 기업들까지 나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개정된 조지아주 투표법이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자 MLB 사무국이 올스타전 장소를 조지아주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홈구장에서 다른 곳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구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반발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5일 조지아주 상·하원이 통과시키고 주지사가 서명한 개정 투표법이었다.

공화당이 주도한 이 법은 부재자투표 신청 기간 단축 및 신분 증명 절차 강화, 투표를 위해 줄 선 유권자들에게 식음료 제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체로 우편투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조지아주 외에도 최소 46개 주(전체 50개 주)에서 유사한 내용의 투표법 개정안이 공화당 주도로 발의된 상태다.

조지아주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민주당 측에서 거세게 반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날 성명에서 “이는 21세기 ‘짐크로법’”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짐크로법은 19세기 이후 미국의 각 주가 식당이나 학교 등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시킨 법률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후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또 코카콜라, 델타항공 등 조지아주에 기반을 둔 회사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JP모건, 씨티그룹 등이 기업 또는 임원 명의로 비판 성명을 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런 성명에 동참한 기업은 약 200곳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논란이 격화되자 7월 13일 애틀랜타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올스타전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2일 MLB 사무국은 결국 이 같은 주장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3일 트윗을 통해 “모든 시민의 투표권을 위해 입장을 낸 MLB에 축하를 보낸다”며 “항상 모범을 보여줬던 행크 에런을 기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인종차별을 견디며 MLB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된 에런은 올 1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애틀랜타 소속으로도 뛰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1일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을 비난하면서 올스타전 개최지 변경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구를 보이콧하자”면서 올스타전 개최지를 바꾼 MLB를 겨냥하고 나섰다. 

그는 3일 성명에서 코카콜라, 델타항공, JP모건 등 조지아주의 개정 투표법에 반대한 기업들을 ‘깨어 있는 기업’이라고 비꼰 뒤 “야구와 함께,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방해하는 이들 기업을 보이콧하자”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야구는 엄청난 수의 팬을 잃고 있다”며 “지금 그들은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을 두려워해 애틀랜타에서 올스타전도 안 하겠다고 한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와 보조를 맞췄다. 온라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제프 덩컨, 마이크 리 하원의원은 올스타전 개최지를 바꾼 MLB의 독과점 금지 예외를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3일 기자회견에서 “MLB는 진보적 활동가들의 거짓말에 굴복했다”며 거들었다.

조지아주가 다시 정쟁의 진원지가 된 것은 미국의 정치 현실에서 이곳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화당의 ‘텃밭’이던 이곳은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는 28년 만에 승리해 정권 교체에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상원의원 2석도 민주당이 모두 챙겼다. CNN은 “조지아주가 올스타전을 놓침으로써 받는 경제적 충격은 1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뉴욕 유재동 특파원

(인용 끝)

공화당은 이번 선거법 개정에 대해 선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공화당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이 선거 당일 현장 투표보다 우편·부재자 투표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투표권을 제약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우편 투표 과정에서 광범위한 ‘선거 사기’가 있었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성명을 통해 “MLB는 이미 엄청난 수의 팬을 잃고 있다”며 “그들은 급진좌파 민주당을 두려워해 애틀란타에서 올스타전을 열지 않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 지지자들을 향해 MLB 보이콧을 촉구했다.

반면 진보 진영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MLB가 모든 미국 시민의 투표권을 위한 입장을 낸 것을 축하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50개주 중 47개주에서 조지아주와 유사한 투표권 제한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라 이번 논란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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