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순이 집밥충

명찰 롱 copy

2021년 11월 28일 22:50 UTC-04:00

나는 집순이 집밥충

나는 진정한 집순이 집밥충이다. 거의 365일 집, 직장, 교회만 왔다 갔다 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온 지 오래. 아마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영향도, 간호사라는 극한 노동의 직장을 오래 다녔던 영향도 있는 듯하다.(종합병원 간호사 일은 극한 노동이 맞다). 일이 고되다 보니 근무 외의 시간에 차를 몰고 어디를 가서 사람들을 만나 먹고 즐기는 것들이 내게는 또 하나의 일이었다.

멋진 소문난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것에도 재미를 못 붙인 이유 역시 먹는 것에 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내가 그 아까운 시간에 어딜 찾아가서 먹는 것 자체가 사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싼 외식비에 20% 가까이 붙는 팁은 이미 오래전 밥맛을 뚝 떨어지게 한 요인이 되었다.

할 줄 아는 운동이라곤 달리기, 태권도, 수영, 테니스가 고작인(골프, 스키 못한다) 나는 골프를 통한 사교나 스키 여행을 떠날 일도 없다. 그저 집에서 운동하고 동네 뜀박질하는 게 전부. 여행도 나에게 그리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집에서 늘 커피를 내려 마시는 나는 카페라는 곳도 안 가본 지 백만 년. 언젠가부터 나는 이렇게 집에서 집 밥만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다. 집을 호텔처럼, 카페처럼 만들자는 생각을 하며 살게 된 이유이다. 딱 필요한 물건만 놓고 내 눈에 아름답고 조화롭게 배치하며 사는 게 나한테 딱 맞는 삶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나에 버금가는 결벽증이 있으셨다. 어머니께서 어려서부터 뇌리에 박히도록 하신 말씀이 있다. “언제 누가 갑작스레 와도 항상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어라.” 이 말씀이 이젠 성격과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그렇게 항상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밖에서 돈 쓰지 말고 우리 집에서 모입시다. 자리 옮겨 다니지 말고 그냥 우리 집에서 느긋하게 있다 가세요.”

땡스기빙 연휴를 맞아 밀린 청소와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 것처럼 마냥 좋다. 여름엔 교인들과 바비큐 파티, 두 달 전엔 옛 직장 동료들과의 오붓한 파티를 집에서 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파티도 집에서 할 것이다. 백신 패스가 필요 없는 곳이다.

SPIKA STUDIO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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