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시안의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핵산검사를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1.12.21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

진료 거부로 유산·사망…中 ‘사회적 제로 코로나’ 후폭풍

2022년 1월 7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중국 방역을 총괄하고 있는 쑨춘란 중국 부총리가 6일 대중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쑨 부총리는 이날 의료서비스 보장회의를 열고 “매우 가슴 아프고 송구하다”며 사과하고 “인민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고 다짐하듯 지시했다.

이날 도시 전체가 봉쇄된 지 2주째인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서는 협심증을 앓던 남성이 병원 입원이 거부돼 숨졌다. 코로나 위험지역에서 왔다는 게 거부 이유였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임신 8개월 여성이 음성 진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검사결과를 기다리다 유산했다.

이를 두고 중국 온라인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쑨 부총리가 사과에 나선 것이다. 

그녀는 “최근 시안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도 “어떤 이유로든 절대 진료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참사의 원인을 지역 병원 탓으로 돌렸다.

쑨 총리의 사과가 공허한 것은 그녀가 더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요구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가슴 아프다는 사과, 진정성은?

전염 상황이 심각한 곳을 직접 찾아가며 진두지휘해온 쑨 총리는 지난달 29일 “전면 결전 단계에 돌입하라”며 4일까지 ‘사회적 제로(0) 코로나(社會面清零)’를 달성하라고 지시했다.

사회적 제로 코로나는 이날 처음 등장한 신개념 용어다. 이는 모든 신규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를 확인 즉시 도시 외곽으로 옮겨 격리함으로써, 시안 시내 제로 코로나를 신속하게 달성하는 정책이다.

중국에서 ‘밀접 접촉자’의 개념은 일반 국가와 차이가 있다. 평상시에는 비슷하지만, 어느 지역에 봉쇄식 관리가 시작되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에 확진자 1명이 나오면, 해당 아파트 한 동 전체 주민이 밀접 접촉자로 간주된다.

여기에 ‘사회적 제로 코로나’가 더해지면, 아파트 한 동 주민 전체가 시 외곽에 2주 혹은 그 이상 격리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통제사회인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이 정도의 극단적 방역이 도입된 곳은 시안이 처음이다. 우한에서도 아파트 단지 전체 폐쇄 등은 있었지만, 주민들을 몽땅 시 외곽에 격리한 경우는 없었다.

병원 측 진료 거부로 숨진 남성을 향해 가슴 아프다던 쑨 총리가 내놓은 방역 정책이라고는 믿기 힘든 무시무시한 격리정책이었다.

신개념 방역 ‘사회적 제로 코로나’

쑨 총리가 다녀가고 사흘 뒤인 2일 시안시 옌타(雁塔)구 당서기와 부서기가 나란히 면직됐다. 지역 1인자, 2인자가 한꺼번에 잘려나갔다. 중국에서 소위 ‘닭을 죽여 원숭이에게 겁을 준다’는 살계경후(殺鷄儆猴)의 전형적 사례다.

몇몇을 본보기로 강력하게 징벌해,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음을 다른 지역 관리들에게 경고한 셈이다.

이러한 경고가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다음 날인 3일, 봉쇄 후 세 자릿수를 유지하던 확진자수가 이날 두 자릿수로 줄어들었다는 발표가 났다. 

‘사회적 제로 코로나’가 수치상 제로 코로나 달성을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확진자와 함께 끌려가 격리된 밀접 접촉자들은 격리시설에서 집단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안 시내만 놓고 보면 확진자가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확진자 급증을 부채질할 수 있다. 다만, 당국은 시 외곽에 격리된 이들은 아예 통계에 합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로 코로나’를 달성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신속한’ 제로 코로나를 위한 꼼수다.

중국 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은 당국이 극단적 정책을 들고 나오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1300만 인구가 봉쇄된 시안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초 주민들에게 이틀에 한 번씩 외출할 수 있도록 했지만 확진자가 줄지 않아 ‘제로 코로나’ 달성이 어려워지자, 시안 정부는 전면 외출금지를 실시하고 식료품 배급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1300만 인구에게 준비도 없이 배급제를 실시한 탓에 주민 다수가 제때 식료품을 받지 못하는 사고가 시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배급량도 부족해, 주민들끼리 물물교환한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보도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이미지가 급속도로 실추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고 방역 승리를 선언하며 봉쇄를 해제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극대화됐다.

다른 하나는 도시 봉쇄로 인해 노인, 유아, 임산부 등이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을 떠나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직결될 수 있는 사고다. 쑨 부총리가 부랴부랴 사과에 나선 것도 중국 지도부가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는지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중국의 대응은 지난 우한 사태의 교훈을 하나도 얻지 못한 모습이다.

시안시는 봉쇄 다음 날 인터넷 소셜 계정 40개를 폐쇄하고 허위 유해정보 215건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에도 마찬가지로 유해정보 188건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만 약 400건이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유해정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식품·생필품 공급 위기, 의료 서비스 혼란 등을 알리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탕징위안은 “문제가 터지면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부터 막는 공산당의 습성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로 코로나에 이은 사회적 제로 코로나는 중국의 방역이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더 나아가 세계인의 보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정치적 요구에 휘둘리고 있음을 또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코로나 극복을 선전하려고 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시안 봉쇄를 해제하고 ‘일차적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말 코로나가 ‘제로’가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에포크타임스, 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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