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이지 않았다.

명찰 롱 copy

2021년 11월 23일 17:35 UTC-04:00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간호부장으로 일할 때의 일이다. 나와 같은 병원 소속 다른 지역 사이트의 간호부장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어 출근하자마자 보안 경비들의 에스코트 하에 대충 개인 물건만 챙겨서 병원을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 있어도 이런 소식은 그 즉시로 알게 된다.

그녀는 해고되기까지 그 병원에서만 근 30년을 일했으며 해고가 아니라 사실 은퇴를 준비해야 할 분이었다. 내가 처음 A 사이트의 간호부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전체 간호 직원의 스케줄이 어떤 예산안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해 준 분도 이 분이다. 그녀는 병원과 간호부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각종 모임에서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으나 어느 임원 모임을 가도 그녀가 있어서 인사말이나 짧은 대화는 나누는 정도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르신이라 내가 쉽게 접근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그녀의 쌀쌀맞은 말투와 표정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던 경향이 있다. 그녀에 대한 호불호는 심하게 갈려있었던 듯하다. 성질 고약한 웬만한 직원도, 의사도, 보호자도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가 해고된 날은 월요일. 내가 이날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바로 그전 주 금요일까지 5일 동안 각 부서 책임자들에 대한 교육을 마쳤고 나도 그 미팅에 참가했었다. 나는 그녀의 해고 소식을 듣고 인사과장을 찾았다. 그리고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우리 병원은 충실하게 30년의 임무를 수행했던 지도자를 범죄인 다루듯 끌고 나갔다. 좀 더 예의를 갖추어 보내드릴 수 있었다. 둘째, 월요일 해고를 이미 계획해 둔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맡기고 전 주 금요일까지 부려먹은 티가 너무 난다. 이 병원 기업 가치관에 맞지 않는 처사이다…

이 이야기는 곧바로 병원장의 귀에 들어갔고 나는 병원장 사무실로 불려갔다. 병원장의 충고를 요약하자면, 이것은 이사회의 결정이고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며 내가 인사과장을 찾아가 유감을 표현한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라는 것. 말씀을 다 듣고 나서 한마디 올렸다. “만약 이런 일이 병원장님 출근했을 때 일어나면 병원장은 어땠을까요? 40년을 충성 바쳐 일하고 어느 날 쫓겨나듯 병원을 짐 싸서 나와야 되는 그 순간 병원장님은 어떠셨을까요? 나는 병원장님의 부하 직원으로서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인사과에 달려가 예를 갖추어 보내드리라고 항의했을 거예요.”

그녀의 해고 이후 더 많은 임원들이 해고당하거나 대체되었다. 병원은 “혁신”이라는 목표 하에 새로운 이사들이 구성되고 합병과 시스템 전환을 거듭하며 변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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