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성 폭우 현장 | 연합뉴스
[출처] 에포크타임스 한글판 – Kr.TheEpochTimes.com

중국

정저우 ‘죽음의 터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시민 2명 인터뷰

2021년 7월 26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우리가 북단에서 진입할 때는 터널 안에 물이 고여 있지 않았다. 그날 오후 3시가 좀 안 된 시간이었다.”

중국 당국 공식집계 기준 최소 4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허난성 정저우시의 징광(京廣)터널 남부 구간에 갇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리(李)모씨와 자오(趙)모씨는 “터널은 5분 만에 침수됐다. 공포와 어둠 그 자체였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자오씨는 정저우의 한 회사 사장이고, 리씨는 그의 운전기사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 회사 직원 1명을 더 태우고 이날 오후 2시께 회사를 출발해 거래처로 향했다.

운전기사 리씨는 “징광터널 북부 구간에서 출구로 나와 우회전하면 룽하이(龍海)이다. 그런데 룽하이쪽 출구에 녹색 옷을 입은 터널 관리소 직원 3명이 못 나가게 막고 있었다. 관리소 직원들은 ‘경찰 아니면 못 지나간다’고 버텼다. 그래서 그대로 직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징광터널은 약 1.8km의 북부 구간과 1.6km의 남부 구간 둘로 나뉘어 있다. 중간은 터널이 아닌 도로 구간으로 돼 있다. 터널과 도로 구간이 만나는 곳에는 다른 도로로 빠져나가는 출입구가 있었지만, 리씨의 설명대로라면 이날은 터널 관리소 직원들이 출입구 이용을 막았다. 

리씨는 “관리소 직원 지시대로 직진해 남부 구간에 진입하는데 갑자기 차량 뒤쪽(북쪽)에서 물이 밀려왔다. 그리고 터널 내부 하수구에서도 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후진은 못 하고 앞에는 물이 차올라 당황했다. 다른 차들도 당황한 것 같았다. 하수구에서 물이 마구 치솟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앞쪽으로 차가 100대까지는 아니고 한 70~80대는 돼 보였다. 우리 뒤로도 차가 많았는데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며 “도로가 막혔는데 물이 이미 많이 차올라 차를 버리고 달아나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수영을 못한다”고 했다.

사장인 자오씨와 차량에 동승하고 있던 직원 1명은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50세가 넘은 운전기사 리씨는 수영을 전혀 못했다. 리씨는 사장에게 “두 사람만이라도 탈출하라”고 했지만, 자오씨는 “리씨만 버리고 달아날 수 없다”며 같이 남았다.

세 사람은 차량에서 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각자의 가족에게도 전화로 구조대에 연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성과가 없자 그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어 자력 탈출을 결심했다.

운전기사 리씨는 문을 열고 내리면 물살에 휩쓸려 내려갈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선루프를 열고 위로 나가자고 했다. 세 사람이 자동차 지붕 위로 오르자마자, 차가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떠오른 차는 물살에 밀려 순식간에 경사진 터널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물살이 세찼다.

차는 터널 내벽 한쪽에 부딪히면서 쓸려 내려갔고, 세 사람은 내벽과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 부근에 설치된 파이프라인을 움켜쥐며 차를 버리고 매달렸다. 세 사람이 터널 깊은 곳으로 휩쓸리는 것을 가까스로 피한 순간, 터널은 정전이 되며 어둠에 빠져들었다.

자오씨는 “과거 군 복무를 하며 힘든 훈련을 받아 본 경험이 있어 대담한 편이라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터널 안에 전기가 나가는 순간 ‘이번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세 사람은 파이프를 붙잡고 조금씩 그들이 진입한 입구 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미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리씨는 “평소 물을 무서워해서 물놀이도 안 하는데, 그날은 정말 공포스러웠다”며 “터널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7~8미터쯤 됐다. 조금씩 앞으로 나가다가 하늘로 뚫어놓은 환기구까지 갈 수 있었다. 그곳으로 빠져나갈 때는 물이 거의 천장까지 차올랐다”고 했다.

리씨는 “밖이 보이자 다들 손발이 급해졌다. 물살에 맞춰 가장자리에 매달렸다. 사장님과 직원이 먼저 나를 올려줬고, 그다음 직원이 올라왔다. 나하고 직원이 마지막 남은 사장님을 끌어올렸는데, 물은 터널 천장을 넘어 환기구까지 찼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환기구로 터널을 빠져나오는 장면은 마침 터널 주변 육교에 있던 구경꾼들이 촬영해 인터넷에 공유했다. 이 영상은 세 사람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침수된 징광터널을 천정 환기구로 빠져나오는 세 사람 | 웨이보 캡처
[출처] 에포크타임스 한글판 – Kr.TheEpochTimes.com

터널 주변 도로는 이미 물이 차올라 승용차나 버스도 다니지 않고 있었기에, 세 사람은 기진맥진했지만 걸어서 안전한 곳까지 이동해야 했다. 리씨와 직원은 육교 위의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세 사람은 서로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손을 잡고 침수된 도로를 지나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는데, 그곳은 징광터널 북부 구간의 남단 출입구에서 도보로 20여 분 떨어진 ‘철도국 직원 아파트’(铁路局家属院)였다.

자오씨는 “그곳에는 이미 7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해 있었고, 아파트 주민들은 대피한 사람들에게 뜨거운 물을 줬다. 함께 터널을 빠져나온 직원은 구토하고 설사가 말도 아니었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 그냥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물살에 신발을 잃어버린 세 사람은 하룻밤 휴식하고 다음 날인 21일 맨발로 두세 시간을 걸어서 귀가했다. 자오씨는 귀가 후 손발 마비증세가 나타나 현재 집에서 계속 휴식 중이다.

함께 탈출한 직원은 현재 상태가 위중해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리씨는 자신도 아직 몸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자오씨는 이번 폭우는 천재지변이지만 인명 피해는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그는 “터널에서 탈출하기 전에 구조대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구조하러 오지 않았다. 마지막에 110(범죄신고)과 연결이 됐지만 ‘알겠다’고 하고는 끊었다. 나중에 대피소에서 저녁 뉴스를 봤는데 밤늦게 구조대가 왔다고 했지만, 지방 구조대인 것 같았다. 정부 구조대나 경찰 구조대는 아니었다. 구조가 늦어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 차이나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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