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현지시각)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 등 세 개 부문을 휩쓴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이 로스앤젤레스 오스카 기자회견장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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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카데미 수상에도 중국이 웃지 못 하는 까닭은?

2021년 4월 30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중국계 여성감독 클로이 자오, 과거 발언 파장

배우 윤여정의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영화계가 뜨겁게 달아 올랐다.

아카데미상은 메트로골드윈메이어 스튜디오스 주식회사(MGM) 설립자 루이 버트 메이어(Louis Burt Mayer) 등 36명의 영화인들이 설립한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 회원들이 그해 영화들 중에서 수여한다.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아시아인은 중국 출신 감독 클로이 자오(Chloé Zhao·중국명 자오팅[趙婷])이다. 그녀는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로 감독상·각색상·편집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중국계 여성 감독 최초 아카데미 3개 부문 석권

클로이 자오는 아카데미 감독상 수락 연설에서 “근래 삶이 어려울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했다. 어릴 적 배웠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중국에서 자랄 때 아버지와 게임을 했다. 중국의 고전 시와 글을 외우는 게임인데, 함께 암송하며 서로의 문장을 완성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바로 ‘삼자경(三字經)’이다. 첫 문장이 ‘사람은 태어날 때 성품이 본래 선했다(人之初性本善·인지초성본선)’로 시작한다. 그 여섯 글자는 어릴 적 나에게 큰 영향을 줬고, 지금까지 이를 진심으로 믿는다. 그 반대가 진실인 것 같이 보일 때도 나는 항상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선함을 찾아왔다. 그러니 이것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신의 선함을 지킬 용기와 믿음이 있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 중국 베이징 태생인 클로이 자오의 부친은 서우두강철공사(首都鋼鐵公司) 총경리(사장)를 역임한 자오위지(趙玉吉)다. 1997년 자오위지는 저명 배우 쑹단단(宋丹丹)과 재혼했다. 부모의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이했을 무렵, 클로이 자오는 조기 유학길에 올라 영국 기숙학교에 입학했다.

200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으로 이주하여 현지 공립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01년 매사추세츠주 소재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마운트 홀리오크 칼리지(Mount Holyoke College)에 입학하여 정치학을 전공했다.

영화를 좋아했던 클로이 자오는 왕자웨이(왕가위·王家衛)의 ‘해피투게더’를 좋아해 반복해서 보며 영감을 얻었다. 리안(李安),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Edward Nolan) 등 거장 감독들의 영향도 받았다.

그녀는 유학 시절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 다양한 삶의 형태를 접했고,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후 2010년 뉴욕대학에서 영화제작을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영화인의 길에 들어섰다.

2015년 클로이 자오는 장편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Songs My Brothers Taught Me)’로 데뷔했다. 작품은 미국 유타주에서 개최되는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2년 후 두 번째 장편영화 ‘로데오 카우보이(The Rider)’로 2017년 제70회 칸영화제 국제예술영화관 연맹상, 제53회 비평가협회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단번에 주목받는 신예 감독 반열에 올랐다.

2020년 클로이 자오는 붕괴된 기업 도시에 살던 한 여성(프란시스 맥도먼드 분)이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 ‘노매드랜드’ 메가폰을 잡았다. 노매드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노매드들(2009년 세계 침체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노동자들)을 캐스팅해 사실감을 더하고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을 스크린에 담아낸 연출력과 함께 이 영화의 제작을 겸한 프란시스 맥도먼드와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

‘노매드랜드’로 클로이 자오는 제77회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제78회 골든 글로브 극영화 작품상·감독상을 수상하며 골든 글로브 역사상 감독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이자 첫 번째 아시아계 여성 기록을 썼다. 그리고 올해 제93회 아카데미상 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계 감독’이 전해온 낭보(朗報)에도 중국 내 여론은 차갑다. 바이두·텅쉰 등 중국 포털에서 ‘노매드랜드’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삭제됐다.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지식백과에도 클로이 자오의 미국감독조합상 작품상 수상한 내역까지만 언급돼 있다. 이는 지난 2월 28일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을 동시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반응과 상반된다. 당시 웨이보에서는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가 3억 5천만 건에 이르렀다.

중국 현실 콕 찍은 발언 알려지자 여론 급변

중국 내 여론이 열탕(熱湯)에서 냉탕(冷湯)으로 바뀐 배경에는 지난날 클로이 자오의 발언이 자리한다. 2013년 영화전문지 ‘필름메이커(Filmmaker)’ 인터뷰에서 그녀는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 “오늘날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언급했다.

클로이 자오의 중국 비판 발언이 알려진 후 중국 당국은 검열·삭제·차단 조치로 응답했다. 4월 26일 오전 클로이 자오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 동영상 게시물이 올라와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나 이들 게시물은 신속하게 삭제됐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중계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클로이 자오 동문 주최로 약 30명이 아카데미상 시상식 생중계를 온라인 시청하려 했지만 일부 해외 사이트 접속에 필요한 가상사설망(VPN) 접속이 차단됐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클로이 자오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온라인 검열 관련 질문이 나왔다.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한참 뜸을 들이다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 언론들은 클로이 자오에 대한 반감 때문에 ‘노매드랜드’의 중국 내 개봉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에포크타임스, 최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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