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핑주의를 상징하며 네티즌이 그린 그림. 세상 다 귀찮다는 듯 드러누은 고양이들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오늘날 중국사회의 극심한 양극화와 경쟁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고 있다. | 화면 캡처

중국

‘아무 것도 하기 싫다’ 탕핑주의…“중국 정권에 매우 큰 위협될 것”

2021년 6월 2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탕핑(躺平)주의’가 중국 공산주의 정권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탕(躺)’은 눕다, ‘핑(平)’은 평평하다는 뜻으로, 탕핑은 바닥에 뻗어버린다는 의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뜻을 나타낸다.

재미 중국문제 전문가 알렉산더 랴오는 “청년층을 경제적 궁핍에 빠뜨린 뒤 진학·취업·결혼·내집마련에 허덕이게 하는 한편 대중매체를 통해 예능·오락·유흥에 몰두해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하게 만들려는 중국 공산당에 저항하며 청년들이 내놓은 궁여지책”이라고 평가했다.

탕핑주의는 지난 4월 한 네티즌이 온라인 카페인 바이두 티에바(貼吧) 게시판에 올린 ‘탕핑은 곧 진리’라는 글에서 비롯됐다.

“지난 2년간 일하지 않고 놀았다”는 글쓴이는 공산주의 사회에 완벽 적응한 기성세대가 젊은층에게 강요하는 삶의 방식, 매일 쏟아지는 사소한 뉴스로 인해 주입되는 사상을 거부한다며 주체적인 사고로 세상을 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글은 곧 삭제됐지만, 이미지 파일로 저장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곳저곳으로 옮겨졌고 젊은이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탕핑주의와 관련해 중국에서 떠돌고 있는 사진과 패러디물. “이 몸이 일어나게 하려고? 이번 생에는 안될 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화면 캡처

인터넷에서는 구체적인 ‘탕핑’ 방법이 하나둘 제안됐다. “일하지 않고, 집을 사지 않고, 쇼핑하지 않고, 소비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고, 욕구를 낮추고, 최소한의 소비를 하며 생존을 유지한다”는 등이다.

그러나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1년에 한두 달 정도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최소한의 생활만 유지하면서 1년을 생존하는 식이다. 이보다 조금만 더 욕구를 채우려 하다가는 현재 중국 사회에서는 돈의 노예가 된다는 것.

랴오는 이를 “자발적으로 욕구를 줄여 사회가 설치한 돈벌이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안분지족하며 자신을 잃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14억명 중 6억명의 월소득이 1000위안(약 17만원)에 그치지만, 방송과 인터넷에서는 상하이 등 1선도시(가장 발전된 도시) 상류층 젊은이들의 화려한 명품 소비와 향락적인 삶을 비추며 ‘이게 성공’이라고 부추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절망과 공허함을 맛본 젊은이들이 철학적 삶으로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국 청년층은 애국주의, 국수주의 선동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었다. 인플루언서와 인터넷 여론조작부대(일명 우마오당)의 공작에 상당수 젊은이들은 때로는 반일, 때로는 혐한, 때로는 반미를 외치며 각종 보이콧 운동에 참전당해왔다.

이때 타인에 대한 비난 대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방식의 게시물이 등장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게 랴오의 분석이다.

한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중국에서 생존하기 위한 월평균 비용’을 계산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네티즌은 생활이 아닌 생존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녀는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한 달 월세 800위안(약 14만원), 교통비 150위안(2만6천원), 식비 매일 30위안(5천원)에 한 달이면 총 900위안(15만6천원), 의류 500위안(8만7천원), 비누·샴푸 100위안(1만7천원), 의료비 500위안, 통신비 100위안 등 한 달에 3050위안(약 53만원)이 든다”고 계산했다.

이어 “집에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지내면 810위안(14만8천원)밖에 안 든다. 식비 20×30=600위안, 의료비 100위안, 통신비 60위안, 인터넷비 50위안이다. 이는 도시에서 알바하며 생활할 때 필요한 금액의 4분의 1수준이다. 월 810위안만 있으면 일 안 하고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와 언론은 초기에는 타이르는 어조로 대응했으나 점차 탕핑주의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잡지 반월담(半月談)은 지난 4월호에서 “어린 시절을 학원에서 보내다가 성년이 된 ‘996’세대(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가 ‘은둔족’이 됐다”며 “개인의 게으름만 탓할 게 아니라 사회·가정·학교 등의 복합적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전문가들은 관계당국이 은둔족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며 스트레스를 덜어줘 스스로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영매체인 펑파이 역시 “이러한 탕핑주의 유행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굳어지면 저항하는 세력이 되고 안정적인 사회구조를 위협하게 된다”면서도 “하지만 젊은층이 선택한 생활방식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사회가 제시한 미래 청사진에 따라 젊은층의 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탕핑주의’의 반향이 커짐에 따라 중국 정부의 태도는 갈수록 엄격해졌다.

관영매체 광명(光明)일보는 “탕핑족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현재 중국의 경제는 인구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다. 발전을 위해서는 청년들의 창조적 기여가 필수적”이라며 청년층에서 ‘부유해지기 전에 아무 일도 안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더 강경한 어조로 탕핑족을 비난했다. 통신은 남방(南方)일보를 인용해 “스트레스 앞에 바로 드러눕는(탕핑) 행위는 정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언론매체를 관장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탕핑주의 확산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으며, 곧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탕핑주의가 자연에 따르는 무위적인 삶을 주장한 도가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자료사진

중국문제 전문가 알렉산더 랴오는 “중국 공산당이 머지않아 탕핑을 정치적 항명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탕핑은 정치적 행위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탕핑에 대해 비폭력 비협조 운동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적 활동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비난하고 탄압한다면, 이는 매우 정치적인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도 연애·결혼에 관심을 끊는 ‘초식남’, 직장이나 사회적 성공보다 개인의 취미 추구를 우선시하는 ‘오타쿠’ 등이 나타났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에서도 초기 히피족이나 이후 등장한 펑크족이 이런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랴오에 따르면, 최근 미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 감독 클로이 자오의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의 여주인공도 일종의 ‘탕핑족’이다.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은 남편과 사별한 뒤 집을 버리고 일을 하지 않으며 결혼하지 않고 정착하지 않으며, 간단한 생활만 유지하면서 떠돌아다니는 대신 자유를 누렸다.

여주인공은 아마존에서 두 달만 일해도 5000달러를 벌 수 있었지만, 돈을 다 갚고 계속 떠돌아다니며 일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돈과 일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단촐한 삶을 유지했다.

랴오는 “이런 ‘탕핑’은 인류 사회에 늘 존재했다. 최초의 ‘탕핑족’은 아마 노자(老子)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자는 저서 ‘도덕경’에서 귀중품을 사지 말고 치욕을 참으며 무위(無爲)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이상적 사회로 ‘소국과민(小国寡民·작은 국가에 적은 백성)’과 서로 왕래하지 않는 사회를 제시했다.

랴오는 중국의 내부 경쟁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모든 영역에서 제로섬 게임 수준에 돌입했고 자원과 에너지가 발전이 아닌 승부 내기에 쓰이면서 전반적 효율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산주의 중국의 특기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나타난 증세만 해소하는 대증요법이라며 “그 대표적 사례가 코로나19(중공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이었다. 중국은 바이러스를 해결하는 대신 병에 걸린 사람을 ‘해결’하고 내부고발자를 ‘처리’했다. 문제가 나타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발견한 사람부터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랴오는 “모두가 생계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배급을 하고 구제를 베풀고 누구를 먼저 지원할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일을 하려 하지 않고 최소 생계만 유지하려 한다면 할 일이 급격히 줄어든다. 공산당은 통제하고 억압하고 때려 부수는 것만 알 뿐, 폐허에서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하며 리더십을 발휘해 진정한 발전을 이루는지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따라서 모두가 들어눕는 탕핑주의 앞에서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언론을 통해 비판하고 수치스럽다고 몰아세우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마침 탕핑족에 별 효과가 없다. 이미 귀를 막고 사회적 체면에 얽매이지 않기로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탕핑은 정치운동이 아니지만, 오히려 대만 독립이나 홍콩 독립 같은 정치적 운동보다 독재체제에는 더욱 치명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포크타임스, 강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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