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11일 제128산악돌격여단이 미국의 휴대용 자벨린 대전차 미사일을 제공 받아 바로 전투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 우크라이나 국방부

유럽

“보병이 탱크 천적됐다” 미군 대전차 무기가 바꾼 우크라 전쟁

2022년 3월 19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러시아군, 투입 병력 25% 이상 작전불능 추정
기갑부대 약점 노출에 미군 대전차 무기 ‘위력’
전문가 “중공군도 비슷한 약점, 실전 경험 부족”

전쟁 영화에서는 흔히 주인공의 영웅적 전과의 하나로 한 명이 탱크를 파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실제로는 상상하기 힘든 이 장면이 실전에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말이다.

대대를 전술단위로 하는 러시아군 기갑군단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첨단 대전차 무기로 무장해 위치를 노출하지 않고 공격 후 재빨리 전장을 이탈하는 보병 앞에 전차부대는 오히려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중화권 군사전문가들은 “소련과 러시아군을 모방해 육군부대를 편성한 중국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 역시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전차 무기 갖춘 보병, 기갑부대와 ‘맞짱’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개발한 첨단 개인용 대전차 무기를 이용해 눈에 띄는 전과를 올리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군 보병은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 기갑부대를 매복 기습했다.

우크라이나 측 발표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탱크 374대, 장갑차 1226대, 기타 차량 600대를 파괴하고 1만2천 명 이상을 사살하거나 생포했다.

러시아군은 대대급 전술단위에 의존하고 있다. 1개 대대에 보통 10대의 탱크와 40대의 장갑차를 편성한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피해가 막심하다. 대대급 전술단위 18개가 작전능력을 상실했고 13개가 완파돼 총 31개 대대급 전술단위가 마비됐다. 러시아군이 보유한 대대급 전술단위는 약 170개이며, 이 가운데 120개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 투입 전력의 25%를 상실한 셈이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 상황에서 보병이 기갑병과 싸우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일이다. 최대한 빨리 후퇴해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병사들의 생명 보존을 우선시하는 미국은 자국 병사들이 기갑부대와 만나면 후퇴하도록 해왔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은 노르망디 상륙 후 파죽지세로 진격했지만, 독일군이 기갑부대로 최후의 반격을 펼치자 탱크를 투입해 기갑전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계속 병사들을 후퇴시켰다. 병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차 세계대전은 독일군 기갑부대가 이름을 떨친 전쟁이기도 했다. 독일군 기갑부대는 소련을 침공해 전장을 종횡무진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는 무려 소련군 66만 명을 섬멸했다. 독일군 전차 60~70대가 손실되는 사이 소련군 탱크 786대가 파괴됐다. 손실비가 무려 1대 10이나 됐다.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보병이 탱크를 막기 위해 자폭하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이는 영화적 과장이 불과하다. 당시 대전차 무기의 성능으로 인해 보병이 탱크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중장갑으로 무장한 탱크를 비롯한 기갑부대는 여전히 중요 전력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대전차 미사일의 거듭된 발전과 공격 헬기의 등장으로 기갑부대의 위용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러한 추세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무기는 당초 구소련의 대전차포와 로켓포가 주를 이뤘지만, 미국과 서방국가 등이 첨단 대전차 무기를 지원하면서부터 보병의 대전차 전력이 신속히 업그레이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사용하고 버려진 재블린 미사일 포장재를 공개했다. | 우크라이나 국방부

우크라이나군, 일(一)자 행군 러시아군 측면 기습

인터넷의 여러 영상에 따르면, 러시아군 기갑부대가 일자로 도로에서 활보하다가 탱크 또는 장갑차가 갑자기 공격을 받아 연기를 내뿜으며 불이 나거나 폭발했다. 다른 차량은 어쩔 줄 몰라 헤맸고 반응이 빠른 차량은 신속히 길에서 빠져나갔으며, 병사들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길가로 숨었다.

러시아군 보병은 주로 장갑차를 타고 탱크 뒤를 따라갔으며,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뒤 도로를 따라 빠르게 진격했다. 대대를 전술단위로 하는 소형기갑부대는 고군분투하고 지원이 부족해 매복 공격을 받기 쉽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침공 정보를 입수해 국경선에서 자진 철수했고 대규모 정면 저지도 포기했으며, 일부는 대도시 인근으로, 일부는 우크라이나 서부로 후퇴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소규모 보병 단위로 대전차무기를 휴대해 매복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거동을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따로 떨어져 이동하거나 작전을 벌이는 러시아 대대급 전술단위 혹은 분대의 좌표를 정확히 알고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정보는 정확도와 함께 신속함이 생명이다. 미국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6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3억5천만 달러를 추가 지원했다. 앞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에도 27억 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재블린 등 대전차 무기와 각종 군사장비 2억달러어치를 제공했다.

공개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된 통신장비를 지원해, 우크라이나군이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분산 작전을 펼치더라도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최종적으로 효과를 발휘한 것은 당연히 미국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또는 영국의 NLAW 미사일 등이다. 우크라이나군 장교가 소개한 바에 의하면, 최대 1만 기의 대전차미사일을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그 두 배인 2만 기를 받았다.

이는 우크라이나 보병이 전국 곳곳에서 언제든 첨단 대전차 무기로 매복 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군 대대급 전술단위의 약점, 우크라이나군의 종심 방어전략, 첨단 대전차미사일, 미국의 정보통신시스템은 ‘보병이 탱크를 잡는’ 이례적인 전과를 만들어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의 사진. | 우크라이나 국방부

전쟁 주도권 뺏기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탄탄한 대응

전쟁은 경험이 중요하다. 훌륭한 무기와 정보체계 이상으로 용감하고 경험 많은 지휘관과 병사가 있어야 마지막 ‘실행’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

매복 기습은 완벽한 시간과 장소의 선택, 세심한 은폐, 현장 지휘관의 냉철한 판단 그리고 병사의 침착한 일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우크라이나군이 독자적으로 매복 작전을 수행해 왔는지, 서방 군사 전문가의 협조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우크라이나군은 매복에 성공한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며 러시아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자국 병사과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선전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매복 작전이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은폐를 잘못해 사전에 러시아군에 포착되거나, 현장 지휘에 혼선이 빚어지거나 장비 고장, 조직 실수 등 전장에는 항상 돌발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러시아군이 대응을 잘해서 우크라이나군이 오히려 사상자를 내고 철수하거나 철수조차 실패해 섬멸당할 수도 있다. 보병으로 탱크를 잡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위험 부담이 큰 행동이라는 것은 변함 없다.

영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대전차 무기만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균형을 바꿀 순 없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전쟁 방식에 대응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전황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양측 모두 아직 전쟁 중이기 때문에 자국에 불리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참전을 촉구하고 시리아 용병을 배치했다면서 병력 부족과 보급난, 통신 장애 등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외부 지원이 러시아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미국에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수송하는 차량이 군사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외부 지원이 러시아의 골칫거리임을 시인한 발언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도시 외곽과 도로에서 매복했다가 기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전쟁이 대규모 시가전으로 번져 러시아군 기갑부대가 도시에 진입할 경우 건물에 은폐한 보병이 발사하는 대전차 미사일의 공격은 더욱 위협적이 될 수 있다. 도시의 좁은 도로 역시 기갑부대의 기동성을 제한하고 여기에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은 군과 협력해 대전차 장애물을 대량으로 준비해 러시아 기갑부대를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항전은 한계도 명확하다. 피해가 커질 경우 러시아군은 도시 점령을 포기하고 도시를 최대한 파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 대전차 무기만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쟁 방식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최대한 저항하면서 러시아의 사기를 꺾고 대치 상황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인한 소모전을 유도하면서 러시아와의 휴전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최선으로 평가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리를 활보하며 자국민과 병사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국민들의 결사항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 13일 공개한 수도 키예프의 한 거리. 전차 진격을 막기 위한 장애물이 설치돼 있다. | 우크라이나 국방부

중공군 ‘합성여단’ 러시아와 동일한 약점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전문 군사전문가 선저우는 구 소련군을 모방한 중공군 역시 러시아군과 비슷한 약점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저우는 “중공군은 1개의 전술단위에 탱크, 기갑보병, 포, 방공부대를 통합하는 ‘합성여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병과를 하나로 합친 합성여단은 지휘관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해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제공하며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전차가 포함된 대대급 전술단위는 전진속도가 너무 빨라 지원부대와 떨어지기 쉽고 측면 보호가 없어 도로를 따라 행군하면 평지가 아닌 숲, 고저차가 있는 지역에서는 기습을 받을 수 있다. 무한궤도가 아닌 바퀴식 차량은 도로가 아닌 오프로드에서는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중공군 육군은 집단군을 13개로 정비하고 산하에 합성여단, 합성대대를 뒀다. 합성대대는 탱크대대, 보병대대, 포병대대, 방공소대 등 러시아군의 대대급 전술단위를 참고했으며, 여러 병과가 합동하는 작전을 수립했다. 중공군은 심지어 “미군 전력을 능가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선저우는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대대급 작전단위가 지닌 약점이 노출됐다. 진격 과정에서 고립되기 쉽고 상호 통신이 어려우며, 직업군인이 부족해 경험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합성대대는 지휘관, 참모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 이는 중공군과 러시아군에 부족한 요소”라며 “러시아군은 구소련의 부패한 군대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중공군은 장교 선발 시 당에 대한 충성심이 최우선 기준이다. 실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선저우는 “현대전은 공중정찰과 타격에 의존하는 경유가 많으며, 기갑부대도 공습을 가장 두려워한다. 러시아군 지상부대는 실전에서 공군과 거의 조율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대규모 화포 지원과의 조율도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공군은 각 집단군 사이의 경직성이 더욱 심하다. 중공 스스로도 각 집단군을 통합적으로 지휘할 인물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서로 상대방의 통신 시스템을 타격하는 정보전에서도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은 이미 여러 차례 실전에서 다양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합동 작전을 입증해왔다. 강력한 정보력과 함께 세계 최강의 공중전력을 투입할 수 있고, 지상부대 역시 공격헬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상군은 정밀한 공중 타격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저우는 “미국 육군도 합성여단과 유사한 ‘여단전투단(BCT)’을 주요 작전단위로 두고 있다. 하지만, 직업군인의 자질만 놓고 보면 러시아군과 비교할 수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훈련인 줄 알고 왔다는 어린 병사들도 있었다.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직업군인들의 성실성이나 자질 측면에서 중공군은 러시아군보다 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포크타임스,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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