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인. | Erin Schaff-Pool/Getty Images

미국/북미

미시시피주, 낙태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요구

2021년 7월 23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미국에서 또 한 번 역사적인 판결이 나올 것인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미시시피주 법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연방 대법원에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을 요청했다.

공화당 소속인 린 피치 미시시피주 법무장관은 이날 대법원에 제출한 소견서에서 “낙태가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라는 판결은 법조문, 구조, 역사, 전통 등에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873년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낙태권을 대법원이 7대 2로 인정한 사건이다. 판결에서는 임신 24주(6개월)까지 낙태를 합법화했고, 이후 미국 연방과 모든 주에서는 낙태를 금지하던 기존 법률들이 폐지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낙태금지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일정한 임신기간이 지나면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 낙태할 수 없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미시시피는 2018년 주지사가 낙태를 금지한 ‘재태기간(Gestational Age) 법안’에 서명했지만, 낙태 클리닉 업체 ‘잭슨여성보건기구’에서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저지에 나섰다. 이른바 ‘돕스 대 잭슨 사건’이다. 돕스는 미시시피 주정부 보건 책임자 토마스 돕스 박사다.

미시시피의 ’재태기간(Gestational Age·임신한 순간부터 출생 전까지 자궁 내에 있는 기간)법’은 낙태 금지 기준을 임신 20주 후에서 임신 15주로 앞당겼다. 심각한 태아 기형 등을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했으며, 산모를 구하기 위해 낙태를 시술한 의사도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항소법원으로 올라갔고, 올해 5월에는 대법원이 ‘재태기간법’을 심리하기로 하면서 전국구급 관심을 받게 됐다.

잭슨 측은 미시시피주의 정치인들이 여성 인권을 부인했다며 재태기간법은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생명단체들은 대법원의 심리 결정을 환영하며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법원 심리는 올해 10월께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미시시피 법무장관의 소견서 제출은 두 번째다. 그는 이번 소견서에서 “헌법 조문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1973년 내려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고수하는 것은 우리 헌법 체계에 위험한 부식”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제출한 첫 소견서에서 역시 “주(州)법은 기존의 법적 판례를 준수한다”며 “대법원이 미시시피 주법을 지지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로 대 웨이드’ 사건을 뒤집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시시피 주정부 측은 “낙태는 법원이 지금까지 승인한 어떤 권리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법무장관은 “낙태할 권리처럼 ‘잠재적 생명의 최종 종식’을 수반하는 다른 권리는 없다”며 지금까지 낙태 합법화로 이어진 주요 판결에서는 모두 헌법에 근거가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4조 ‘적법절차조항에 의한 사생활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침해 사생활의 권리’에 근거해 낙태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 어디에도 낙태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당시 대법권들은 낙태를 사생활로 판단해 합법 판정을 내렸다.

미시시피를 포함해 낙태금지법을 찬성하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는 낙태 합법화 판결이 나던 시기와 현재는 시대적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태아의 생존 능력이 더 일찍부터 가능해졌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다양해지고 접근하기 쉬워졌으며, 출산 후 입양을 보내는 것도 쉬워졌다는 것이다.

미국 보수층은 지난 수십 년간 헌법에 보장한 ‘사생활의 권리’에 근거해 여성의 낙태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로 대 웨이드 사건’ 이후 약 20년 만인 지난 1992년 대법원은 ‘케이시’ 사건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재확인하면서 여성에게 낙태를 막아 ‘부당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제 다시 약 20년이 흐르면서 그 사이 마련된 각종 제도적 장치로 인해 낙태를 하지 못할 경우 여성들이 지게 될 ‘부당한 부담’도 크게 완화됐다. 보수층은 이번에는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거나 최소한 그 영향력을 완화하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의 정치 성향 구도가 공화당 6대 민주당 3으로 재편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작년 9월에는 오랫동안 낙태를 지지해온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 합병증으로 사망하면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대법관에 임명됐다. 배럿 대법관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평소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한편, 미시시피 유일의 낙태 클리닉 업체인 잭슨여성보건기구는 “지난 50년간의 판결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의 생존 가능성을 입증해왔다”며 “(태아의) 생존 능력이든 국가의 이익이든 무엇이든 임산부의 자유와 자기 신체에 대한 자율성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에포크타임스, 잭 필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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