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성격

명찰 롱 copy

2021년 6월 16일 21:33 UTC-04:00

또 하나의 성격

오늘은 저에 대한 조금 다른 얘기를 해드리려고 해요. 궁금하시죠?^^ 오늘 누군가와 긴 전화 논쟁을 하다가 제 옛날 불꽃 튀듯 살벌했던 병원 생활이 생각이 나서 몇 자 긁적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 병원들은 정말 빡세고 살벌한 곳입니다. 고소 고발이 생활화(?) 된 미국인들을 상대하는 미국의 현지 병원들은 의료 사건 사고로 인한 고소 고발들을 대응하는 일이 병원 행정 업무의 아주 큰 부분이지요. 그래서 병원은 서류 작성 업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하고 구체적이며 병원 각 분야의 책임자로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대응하는 일에 이력이 나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격정적인 부서가 간호부입니다. 사건 사고 고발 고소는 거의 모두 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발생하거든요.

미국에서 간호부장이라는 타이틀로 일한 사람들 중에 그 당시 아마도 제가 거의 최연소였을 거예요. 거기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미국에서의 간호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유일한 간호부장이었을 거예요. 그들은 그런 나에게 왜 간호부장이라는 직책을 선뜻 맡겼을까…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들자면 병원에서 발생하는 큰 논쟁들에서 절대 밀린 적이 없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말싸움에서 져 본 적이 없다는 거죠. 욕설이나 언성을 높여서 이기는 게 아니라 논리와 증거로 압박하여 상대의 말문을 막는 신기한 특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다들 저를 두고 농담 반 진담 반 그렇게 말했어요. Sue와는 절대 경찰서나 법원에서 만나지 말라고.

제가 입을 닫고 있다는 건 주눅이 들거나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예요. 논쟁할 가치를 상대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자료를 들고 있는데 굳이 왜 피곤하게 논쟁을 하겠습니까. 논쟁을 하려면 자료와 증거와 데이터를 테이블로 가져와 6하 원칙하에 서술해야 합니다. 정황, 짐작, 가정, 심증, 카더라 통신은 가져오면 안 되는 겁니다. 내 얘기를 남이 한 것처럼 말해서도 안되며 논지에서 벗어난 얘기를 끌어와도 안되는 겁니다.

그분이 혹시 몇 날 며칠 악몽을 꾸실까 봐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제가 논쟁을 시작했을 땐 그래도 당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해시키고 설득할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엔 더 신나게 2차전을 하도록 합시다. 잘 준비해 오세요.^^

SPIKA STUDIO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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