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2022년 5월 15일 20:30 UTC-04:00

<단식>

단식 2일째 진입.

어제보다 훨씬 견디기 쉽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완전 가뿐하다. 허기가 전혀 없다. 첫날 어제는 “못 먹는다”라는 생각에 몰입되어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왜 그런 거 있잖냐.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욕망. 그 옛날 울 엄마가 나 미국 오는 거 길길이 반대하시는 바람에 내가 더 기를 쓰고 미국 왔다는 거 아니냐. 딱 그것만 먹지 말라는 바로 그 선악과는 왜 그리 보암직 먹음직 했던거냐.ㅠㅠ

그 짧은 하루의 단식에 기가 막힌 깨달음이 왔다. 사람은 굶어 죽을 것 같아 먹는 게 아니라 “심심해서” 먹는다는 것이다. 음식과 스마트폰은 쌍둥이 형제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만지작거리는 폰처럼, 꼭 배고픈 것도 아닌데 뭔가 입에 음식을 자꾸 넣어줘야 되는,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강박적인 눈과 입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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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스마트폰, 입에는 군것질, 눈에는 스크린, 머리에는 잡생각. 뭔가에 점유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현대인들은 모두 약간의 불안증을 겪고 있는 게 분명하다. 분리되는 것에 대한 불안. 허전함에 대한 불안. 심심함에 대한 불안. 자극이라곤 전혀 없는 미국의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도 이러는데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심할까. 그러니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얼마나 고통이었을까. 끊임없는 자극에 점유되어가는 현대의 우리의 삶에 가장 필요한 과제는 끊어내고 비워내고 멈추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단식 중. 음식물과 배설물은 본래 동일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다.

SPIKA STUDIO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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