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여야 세상이 변한다

명찰 롱 copy

2022년 1월 14일 1:10 UTC-22:47

나를 죽여야 세상이 변한다

일전에 내가 클리닉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년이 누구냐. 바로 내가 아침에 출근하여 “블러리 힐” 음악 영상을 틀어놓으면 좀 있다 다른 채널로 홱 바꿔버렸던 오피스 매니저년. 이년 때문에 나는 사사건건 크고 작은 열폭을 거의 매일 하루에 몇 번씩 해왔었다. 그 열폭도 나중에 익숙해지더라. 나도 모르게 그년을 속으로 개무시하고 있었다. 싸가지 없게 굴면 속으로 “이년 또 ㅈㄹ이네” 이러면서.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기도를 하고 오디오 성경을 녹화하는 중 그년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뭔가 마음이 영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그날부터 그녀에 대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년을 고쳐달라고. 나에 대해 못마땅한 것이 있으면 풀어달라고. 그런데 희한하게도 일주일이 지나면서부터 그 기도는 내 기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내 더럽고 교만한 마음을 용서해달라는 기도로 바뀌고 있었다. 엥? 내가 왜? 주님, 저는 그년한테 별로 잘못한 게 없는데요? 그러나 화살은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겉으론 예의를 지키고 속으론 수없이 까대는 열라 겉 다르고 속 다른 년이라고 가슴이 말하고 있었다.ㅠㅠ

나는 먼저 그녀를 “복받을 년”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녀를 맘으로 무시하지 않겠다고 일단 다짐했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서 오전 내내 똥 씹은 얼굴로 있는 그년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자주 싱거운 말을 걸고 이것저것 상의하고… 무엇보다 이년의 장점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장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년이 싸가지는 없는데 일처리는 확실하다. 목소리 톤은 차가워도 의사소통이 분명하다. 돈 계산에도 실수가 없다. 손재주와 안목이 좋아서 클리닉 인테리어를 잘한다. 다른 직원들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기강도 잘 잡는다. 내가 뭘 부탁하면 제날짜에 딱 맞추어 처리해놓는다. 세상에나… 참 쓸모 있는 귀한 일꾼이었는데 나는 그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왔던 것이다.

어느 날인가부터 그녀의 나를 향한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인사도 잘하고 웃으며 말하기도 하고 시키지 않은 일도 미리 알아서 잘 처리해 놓는 것이다. 그때 가슴을 후려치는 깨달음과 회개가 있었다. 그녀가 내게 원한 것은 “인정과 존중”이었다. 익숙한 겉치레 말과 예의가 아닌 내 속에서 우러나오는 인정과 존중 말이다. 이제껏 내 말과 태도는 나의 속마음을 가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거울에 비췬 내 모습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상대를 바꾸는 건 나 자신이라는걸. 나를 바꾸지 않고 남을 바꾸려는 것 자체가 심각한 교만이었다.

어부들을 데려다 발을 씻기시며 섬김을 가르쳐주신 예수님. 내가 죽어야 네가 사는 것이 십자가의 도인 것을… 세상이 바뀌길 기대하지 말라. 내가 죽는 것이 기적이고 기도의 응답이다. 이게 나의 간증이다.

SPIKA STUDIO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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