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의 마리코파 카운티 선거부 직원들이 투표지를 개표하고 있다. 2020.11.5 | Courtney Pedroza/Getty Images

미국

“공유기 안 내주면 증인 소환” 美 애리조나 의회, 마리코파 카운티에 최후통첩

2021년 5월 9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애리조나 최대 승부처 마리코파 카운티, 주의회와 대립
선거 핵심정보 담긴 인터넷 공유기 ‘보안 우려’ 제출 거부
전자선거시스템 관리자 암호에 대해서는 “모른다” 논란

2020년 선거 감사를 놓고 애리조나 주의회와 지방행정단위인 카운티 공무원들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처음부터 선거 감사에 부정적이었던 마리코파 카운티 감독위원회(지방정부 역할)는 ‘정보 보안 침해’를 이유로 선거 관리에 사용된 인터넷 공유기(라우터) 제출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카운티 감독위는 또한 선거관리시스템의 관리자 비밀번호(패스워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주의회 상원과 선거 감사팀에 맞서고 있다. 비밀번호가 카운티가 아닌 해당 시스템을 제공한 민간업체 ‘도미니언 투표시스템’에 있다는 것이다.

상원 측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증거물 제출을 거부하는 카운티 측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의회 상원은 7일(현지시각) 카운티 감독위를 포함해 소속 공무원들을 직접 의회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며 압박했다.

상원 측 변호사는 카운티 감독위에 보낸 이메일에서 “라우터와 비밀번호 문제에 대한 카운티의 설명은 부적절하고 부정확하다는 상원의 판단을 전달해달라고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애리조나 주의회 상원은 지난달 23일 마리코파 카운티의 2020년 선거 투표지 총 208만 표에 대한 전면 수작업 재검표와 385대의 전자투표기 등 선거장비에 대한 포렌식 감사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상원은 지난해 말 선거 감사 법안을 통과시키고 투표지, 선거장비, 이에 접속하기 위한 암호 및 선거운영 기술 등을 제출하도록 증거물 소환장을 발부했다.

또한 공정하고 투명한 재검표·감사를 위해 타지역 보안업체 4곳을 감사 업무를 위탁하고, 재검표와 감사 작업을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위치한 재향군인 기념관에서 시행하도록 했다.

또한 기념관 내부에 총 9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 상황을 24시간 온라인 생중계하고 민주당과 공화당 참관인들이 전체 작업을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재검표와 선거 감사가 결과 뒤집기가 아니라, 선거 제도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자신감을 튼튼히 하겠다는 취지를 살리겠다는 조치들이었다.

반면, 마리코파 카운티 감독위는 선거 감사와 소환장 발부가 위법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감독위는 상원이 요구한 증거물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관련법 규정을 위반하고 있으며, 유권자의 사생활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감사 작업과 현장에 보안조치가 미흡해, 정부와 유권자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상원 측 손을 들어줬다. 담당 법원 판사는 소환장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리고 이를 즉각 집행하라고 카운티 감독위에 명령했다.

하지만, 카운티 감독위는 대부분의 증거물을 제출하면서도 라우터와 라우터 가상 이미지(데이터를 사진 찍듯 저장한 파일), 선거관리시스템 관리자 비밀번호는 계속 제출을 거부해왔다.

감독위는 카운티에 설치된 라우터는 선거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카운티의 다른 부서와 타지역의 중요 정보를 주고받는 데 쓰이고 있어, 이를 선거 감사팀에 넘겨줄 경우 심각한 보안 우려가 발생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감독위는 또한 상원 선거 감사팀 연락담당관 켄 베넷에 보낸 이메일에서 “도미니온 투표시스템에 관리자로 접속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베넷은 원아메리카뉴스(OANN)과의 인터뷰에서 “카운티 공무원들은 2차 암호는 없다. 가지고 있는 모든 암호는 제공했다고 말했다”며 마리코파 카운티 투표소와 개표소, 선거센터에 있는 라우터와 허브, 접속 코드를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넷은 “이 말대로라면 선거시스템 제공업체가 차는 빌려줬지만 차 열쇠를 주지 않은 셈”이라며 “종종 제공업체들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우리는 비밀스러운 소프트웨어로 투표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이번 재검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밀번호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마리코파 카운티 감독위의 잭 셀러 위원장은 7일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반박했다.

공화당 소속인 셀러 위원장은 “모든 의혹을 일일이 해명하지는 않겠지만, 비밀번호에 대해서는 밝혀야겠다”며 “베넷 담당관이 말한 비밀번호와 보안 토큰은 업체 측 영업비밀에 속하는 펌웨어와 소스코드에 접근할 권한을 위한 것이다. 선거 운영과는 무관한 정보”라고 주장했다.

카운티 측 변호인 앨리스터 아델 변호사 역시 “카운티는 이미 모든 암호와 보안키를 넘겼다. 넘기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아델 변호사는 또한 상원 감사팀이 라우터에서 민감한 정보는 제외하고 선거 관련 데이터만 추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카운티 측이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카운티는 자체 포렌식 감사를 통해 선거장비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검증한 바 있다.

이 감사는 도미니언과 유통업체가 카운티와 계약을 맺고 진행했으며, 각각 투표장비와 투표지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도미니언은 “우리 회사는 미 연방정부 승인을 받은 포렌식 연구소를 통한 선거 감사 서비스도 제공한다”며 “이번 상원 감사팀 감사를 이끄는 보안업체 사이버 닌자스는 연방정부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리조나 주의회 상원 보좌관으로 감사팀을 지원하고 있는 존 브래키 보좌관은 “카운티가 실시한 자체 감사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감사는 선거 전에 미리 계약된 것으로, 감사관은 투표지 중 극히 일부만 확인했고 장비에 대해서는 작동 여부만 살펴보는 데 그쳐 실질적인 검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래키 보좌관은 OANN과의 인터뷰에서 “카운티에서는 그걸 ‘감사’라고 부르지만, 나는 ‘치명적 결함’이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의 재향군인 기념관에서 투표지 감사작업이 진행 중이다. 감사작업은 플로리다에 있는 보안업체 사이버닌자스 등 4개 업체가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2021.5.6 | Matt York/Pool/AP Photo 연합

마리코파 카운티의 치안담당자인 폴 펜존 보안관은 성명을 내고 라우터를 증거물로 제출하라는 상원의 요구는 지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펜존 보안관은 성명에서 “중요한 기밀정보와 이를 다루는 장비가 영구적으로 손상받게 된다. 놀랄 만큼 무모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카운티의 공공안전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운티는 한국의 군(郡)에 해당하는 지방행정단위이지만, 법원과 검찰 등 자체적인 사법기구를 두고 이어 매우 독립적이다.

인구 448만명(2019년 인구조사 기준)인 마리코파 카운티는 애리조나 최대 행정단위이자, 미국에서도 6~7번째 규모의 카운티다. 2020년 대선에서 이 지역 총투표수는 208만표로 전체 투표수 338만표의 약 61%를 차지했다.

한편, 미국 선거 시스템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고 있는 전자선거시스템업체 도미니언은 관리자 암호 제공과 관련한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에포크타임스,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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