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연예술협회가 지난 2월 5일 발표한 ‘연예인 자율관리 방안’. 문화예술계 정풍운동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 신화/연합

중국

中, 연예 매니지먼트에 자격시험 도입…사회주의 사상투쟁 전장으로

2021년 12월 28일 (기사 저작권 사용 승인됨)

연예·공연기획 업종에 전문자격제도 시행, 홍콩·대만도 적용
호감가는 사회주의 강국 이미지 위한 소프트파워 전략 일환
응시자격에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지지’, ‘정치적 자질’ 논란
상대방의 자발적 수용이 핵심…공산당식 강요·주입이 걸림돌

중국에서 ‘문화예술계의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다’는 문예정풍 운동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공연중개업(공연매니지먼트) 규정이 24일 발표됐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에서 공연 중개업을 하려면 내년 3월부터 매년 1회 치러지는 ‘공연중개업자 자격시험’에 합격해 관련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중국인은 물론 홍콩인과 대만인까지도 적용된다.

이 규정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 분야의 ‘금욕주의’와 ‘도덕주의’를 강조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발언이 나온 뒤 발표됐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철저한 사회주의 채색을 위해 실무자들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공연중개업자는 ‘공연’이라는 경제활동 수수료를 목적으로 중개, 대행업 등을 행하는 자연인, 법인 및 기타 경제단체 등을 일컫는다. 한국의 매니지먼트사나 공연기획사 정도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국의 공연중개업자들에게는 “사회주의 시장경제하에서 인민의 증가하는 문화 수요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사회주의적 가치관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연중개업 담당부처인 중국문화여유(관광)부는 공연중개업 자격시험이 업자들의 양성과 관리를 강화하고 이들의 행위를 규범화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가 나서서 전문인 인증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응시 자격은 ▲중화인민공화국(중공) 국적자로 ▲중공의 헌법을 지지하고 ▲양호한 정치적 자질을 지녀야 하며 ▲업무 수준과 도덕적 품행을 갖춘 이들에게 주어진다. 

중국 공연업 협회에서 발행해온 공연중개(공연 매니지먼트)자격증이 내년 3월부터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발급되는 전문자격증으로 변경된다. | NTD

다만 부칙을 통해 홍콩특별행정구, 마카오특별행정구 및 대만 거주자에게도 적용된다고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 및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일부 언론들은 이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대만 유명 연예인 대부분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의 연예계 활동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 직원들은 해당 시험에 응시 자격을 얻으려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수호자’를 공식적으로 자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화예술 종사자에게 개인의 도덕성 함양과 사회적 이미지, 작품의 사회적 효과를 통일해야 한다며 “덕과 예술을 동시에 추구하며 시장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천명했다. 

예술(연예) 활동과 개인의 도덕성을 분리하지 말라는 지시다. 시 주석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시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라며 요구사항에 따르지 않을 경우 퇴출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또한 “(문화예술은) 통속적이어야 하지만, 용속(庸俗)하거나 저속(低俗)하거나 미속(媚俗·세상의 그릇된 흐름에 영합함)해서는 안 된다. 문학과 예술은 실생활에 밀착해야 하지만, 풍기 문란을 조성하거나 추종하거나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창의적이어야 하지만, 괴이하거나 터무니없어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은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지저분한 썩은 냄새로 유혹하거나 시장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민족의 부흥을 위한 과업이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당 간부들과 관료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적어도 중국에서는 반부패로 숙청된 자들에게만 한정된 사건이다. 중국 공산당은 표면적으로는 ‘중국식 사회주의’에 기반한 도덕적 집단으로 자신들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연예계를 새로운 투쟁의 영역으로 삼고 있다. 판빙빙, 정솽 등을 비롯해 인기스타들의 탈세 사건과 엑소 출신 가수 크리스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이후 연예계 사상투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가 표지에 실린 연예잡지 등이 진열된 신문 가판대를 쳐다보고 있다.  | AP/연합

국내에서는 1940년대 마오쩌둥의 공산당 근거지였던 옌안에서 벌인 사상투쟁 운동에 비유해 정풍운동으로 전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깨끗하게 한다’는 뜻의 ‘칭랑(淸朗·청랑)’ 활동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칭랑은 중국 공산당이 문화예술을 당의 통제 영역으로 삼겠다는 취지라는 게 중화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기스타들 중심으로 돌아가던 문화예술계를 재편해 통제력을 당의 수중으로 옮겨오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상대로 일종의 위장한 형태의 정치적 검열을 수행하려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중국 문화예술계의 각종 협회, 단체가 모두 고위급 인사로 이루어진 ‘인민단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작가협회 톄니(鐵凝) 주석은 18차 공산당 중앙위 위원이며,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은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이다.

동시에 칭랑은 철저한 국가 통제하에서의 문화상품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중국은 베이징시 둥청(東城)구를 비롯해 29개 지역을 국가문화수출기지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를 주축으로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외교부, 교육부 등 17개 기관이 손잡고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주도하에 중국식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과거 시진핑 주석이 천명한 ‘사회주의 문화 강국’ 건설 주창과 관련 있다. 그는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높여 중국의 좋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세계에 더 잘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국가 주도의 소프트파워 강화 전략이 시장에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소프트파워는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중국의 입김 혹은 자본이 섞여 들어간 문화 콘텐츠의 변질된 맛은 이미 한국에서 한 차례 검증된 바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문화공정’ 논란을 일으키며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파문이 그것이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한 장면. 극중 충녕대군이 외국인 사제와 통역사에게 중국식 음식을 대접해 논란이 됐다. | 방송화면 캡처

<조선구마사>는 3월 22일 나간 첫 방송에서 조선의 임금이 기생집에서 외국인에게 중국 전통음식인 월병, 삭힌 달걀, 중국식 만두 등을 대접하는 장면을 내보내는 등 노골적 역사 왜곡이 드러나 시청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이후 드라마 대본을 쓴 작가의 ‘소속사’로 알려진 쟈핑코리아 대표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한국대표처 부대표라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조선구마사>는 한국에서 반중 정서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소프트파워를 처음 창안한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소프트파워는 타인에게 원하는 것을 유도해 그들의 선호도를 형성하는 공동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른다면 <조선구마사> 논란으로 드러난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해 거부감을 일으키는 정반대 방향의 양상을 보였다.

나이 교수 역시 이러한 중국의 빗나간 소프트파워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한국 관련 화상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은 매년 100억 달러를 쓰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 류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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