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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과 거짓’은 누가 정하는가

2023. 9. 2 / 00:55 UTC-4

어느 날 한 장의 ‘연쇄 살인 경고문’이 시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수백 장이 인쇄된 이 경고문은 삽시간에 도시 광장을 비롯하여 골목 구석구석에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이 경고문을 작성한 정체 모를 범인을 매우 궁금해했습니다. 이 경고문에는 연쇄 살인을 위한 세부 계획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었고 시간과 장소, 범행 방법 등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장에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경고문의 내용대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죽이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특히나 이 경고문의 문체와 문장 형식은 작년에 흥행한 영화 대사와 유행가의 후렴부를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이 경고문이 누군가의 장난이거나 단지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조작된 ‘위서’라고 판단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경각심은 점점 무뎌져갔고 아무도 이 경고문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자 더 이상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다소 시간이 경과된 후 해당 지역을 관할하던 경찰서는 지난 세월 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에 대한 통계자료를 검토하게 됩니다. 그런데 경찰이 수집한 통계는 사람들을 또 한 번 경악하게 했습니다. 살인 사건으로 죽은 사람의 수와 범행 장소는 한때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한 장의 경고문에서 밝힌 그대로였습니다. 즉 이 경고문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벌어지는 동안 실제로 오랜 시간에 걸쳐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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